본문 바로가기
불교설화

불교설화 - 거만한 태수를 교화한 문수동자

by 도연스님입니다 2025. 9. 1.
반응형

불교설화 - 거만한 태수를 교화한 문수동자

 

주제 : 우지

국가 : 한국

시대 : 신라

지역 : 경상도

참고문헌 : 한국사찰사료집

• 첨부파일 :

692 불교설화 - 거만한 태수를 교화한 문수동자.mp3
5.74MB

 

 

 

지혜로운 문수동자와 오만함이 깨지는 군수

 

 

경상남도 지리산에 위치한 쌍계사는 신라 제46대 문성왕 2(841)에 진감국사가 창건한 유서 깊은 사찰입니다. 사찰에서 약 3리 정도 산을 오르면 칠불암이라는 암자가 있으며, 그 안에는 아자방(亞字房)이라는 특별한 공간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칠불암은 신라 제5대 파사왕 23, 김수로왕의 일곱 아드님들이 이곳에서 출가하여 불도를 이루었다 하여 그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특히 아자방은 그 규모뿐만 아니라, '버금 아()' 자 모양으로 독특하게 설계된 구조로 유명합니다. 높이가 12척에 달하는데도 불구하고, 방 안의 어느 곳에 앉아 있어도 불을 때면 모두가 균등하게 따뜻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담공 선사가 설계한 이 아자방은 동양에서 유일한 대선방(大禪房)으로 그 명성이 매우 높았습니다. 이 방은 오로지 참선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되어 왔기에, 쌍계사는 물론 전국의 많은 사찰에서 지극히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그래서 참선하는 수행자 외에는 그 어떤 이도 들어올 수 없는 엄격한 규율이 있었습니다.

 

조선 중엽, 하동 고을의 군수가 쌍계사에 초도 순시차 방문했다가 칠불암 아자방의 명성을 듣고 그 곳을 보고 싶어 했습니다. 스님들이 "그곳은 볼 만한 곳이 아니니 돌아가시는 것이 좋겠습니다"라고 정중히 만류했지만, 군수는 완강하게 고집했습니다. "내가 여기까지 와서 유명한 칠불암을 보지 않고 간다면 말이 되겠는가? 잠깐만 구경하고 가겠다"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스님들은 어쩔 수 없이 군수 일행을 칠불암으로 안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자방 내부

 

군수는 도착하자마자 아자방을 가리키며 "이 방을 보고 싶으니 문을 열어라"라고 명령했습니다. 스님들은 "지금은 수행 시간이라 열어드릴 수 없습니다"라고 대답했지만, 군수는 "그렇다면 언제 보여줄 것인가?"라며 재촉했습니다. "방금 시작했으니 서너 시간은 기다려야 합니다"라는 스님의 말에 군수는 더욱 격분했습니다. "내가 이 고을의 수령인데 주민을 위해 기다려야 한단 말인가?" 결국 군수는 나졸들에게 방문을 열라고 지시했습니다.

오만한 군수와 침착한 스님들의 대치

 

한 스님이 나서서 "송구하오나, 조정의 영상이나 본도의 관찰사께서도 이 방의 규정은 예외로 두셨습니다.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규율이 이러하니 이 방만은 안 됩니다"라고 가로막았으나, 그 스님은 나졸들에 의해 내동댕이쳐지고 방문은 강제로 활짝 열리고 말았습니다. 때마침 늦은 봄날, 점심 공양을 마치고 선방에 들어간 스님들은 한창 오수(午睡)에 빠져 좌선 자세가 흐트러져 있었습니다. 어떤 스님은 하늘을 보며 졸고, 어떤 스님은 고개를 숙여 땅을 보며 졸고, 또 어떤 스님은 몸을 좌우로 흔들며 방귀를 뀌고 있었습니다. 군수는 속으로 '기껏 공부한다는 사람들의 태도가 고작 이것인가?'라며 볼 것을 보았다는 듯이 입맛을 다시고는 조용히 문을 닫고 나왔습니다. 그리고는 "저놈들, 한번 혼쭐을 내주어야겠군!" 하며 단단히 마음먹었습니다.

 

고을로 돌아온 군수는 사흘 만에 쌍계사 주지 스님에게 편지 한 통을 보냈습니다.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귀 사찰에 도인이 많은 듯하니, 나무로 만든 말을 가지고 와서 동헌(東軒) 마당에서 한 번 타고 돌아보라. 만일 그 목마를 잘 탄다면 큰 상을 내리겠거니와, 그렇지 못하면 큰 벌을 내릴 것이다." 스님들은 군수의 황당한 요구에 당황했습니다. 산 말을 타는 것도 쉽지 않은데, 나무 말을 타고 동헌 마당을 돌라니, 난감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냥 넘길 수도 없는 일. 쌍계사 큰 방에서는 각 암자 스님들이 모여 대중공사가 열렸습니다. 주지 스님이 "누가 이 일을 맡아 군수 영감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고 해결할 사람이 없겠는가?" 하고 물었지만, 모두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침묵하여 공사는 전혀 진전이 없었습니다.

 

이때, 탁자 밑에서 12, 3세 정도로 보이는 어린 사미승 한 명이 일어서며 말했습니다. "이 일은 제가 맡겠습니다. 스님들께서는 아무 걱정 마시고, 싸리채로 목마 한 마리만 만들어 주세요." 스님들은 "네가 무슨 재주로 그렇게 하겠느냐?"라며 반신반의했지만, 사미승은 "걱정 마세요. 제가 반드시 큰 사찰의 어려움을 해결하겠습니다"라고 당당히 말했습니다. 달리 방법이 없었기에, 스님들은 각오한 듯 싸리채를 베어 목마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사미승은 부목에게 목마를 지키게 한 후, 하동 군청 동헌 마당으로 나섰습니다. 군수는 사미승의 대담함에 놀라워했습니다. "네가 목마를 타러 가져왔느냐?" "그렇습니다. 소승이 군수님의 소망을 풀어드리고자 왔습니다." 너무나 당당하고 막힘없는 사미승의 태도에 군수는 잠시 당황했습니다. "그렇다면 네가 목마를 타기 전에 몇 가지 물어볼 게 있다." "무엇입니까?" "내가 전날 칠불암에 갔을 때, 아자방에는 도인들만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 도인들의 모습이 전혀 도인답지 않았어." "어르신, 도인이라고 해서 특별한 모습만 하고 있을 리가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하늘을 쳐다보고 졸고만 있는 중은 무슨 공부를 하는 거지?" "그것은 바로 앙천성숙관(仰天星宿觀)입니다." "앙천성숙관이라니?" "하늘을 보며 무수한 별들을 관찰하는 공부입니다. 하늘의 이치를 통하고 땅의 이치를 꿰뚫어야 천하만사를 알게 되고, 천상의 중생을 모두 제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님들의 수행법 설명 (앙천성숙관, 지하망명관)

 

"그럼 머리를 푹 숙이고 땅을 들여다보고 졸고 있는 사람은?" "그것은 지하망명관(地下亡命觀)입니다. 사람이 죄를 지어 죽으면 지하 지옥으로 들어가 벌을 받게 되니, 그들을 어떻게 구제할 것인가를 깊이 관찰하는 공부입니다."

 

"몸을 가누지 못하고 좌우로 흔들며 이리저리 쓰러지려 하는 것은 무슨 공부인가?" "그것은 춘풍양류관(春風楊柳觀)입니다. 공부하는 도승은 유()나 무()에 집착해서는 안 되고,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말아야 합니다. 마치 버드나무가 바람에 흔들려도 어느 쪽에도 걸리지 않듯이, 선악과 복죄, 보응에 얽매이지 않는 관()을 하는 공부입니다."

스님들의 수행법 설명 (춘풍양류관, 타파칠통관)

 

"그건 그렇다 치고, 방귀를 뿡뿡 뀌고 앉아 있는 중은?" "그것은 타파칠통관(打破漆筒觀)입니다. 남의 말을 듣지 않고 고집만 부리는 사또와 같은 이들의 완고한 마음을 깨닫게 하는 공부입니다."

 

"어허, 이놈!" 군수는 옆의 조리들을 힐끗 바라보며 어색하게 말했습니다. "아직 젖먹이 같은 네가 이런 식견을 가졌으니, 그곳 도승들은 오죽할까? 더 물을 것 없으니 어서 목마나 한 번 타 보아라."

 

사미승은 벌떡 일어나 싸리채로 만든 목마에 재빨리 올라앉더니, 어린 손으로 말의 엉덩이를 철썩 때리며 외쳤습니다. "어서 가자, 목마야! 미련한 터줏대감의 완고한 마음을 싹 쓸어버리고 태양처럼 밝은 빛이 그 안에도 비치게 하자!" 발을 한 번 구르자, 목마는 동헌 마당을 5, 6바퀴 돌더니 공중으로 둥실 떠올라 연기처럼 사라졌습니다. 군수와 육방관속들은 너무나 놀라 입을 딱 벌린 채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이후 군수는 마음을 다스려 독실한 불자가 되었고, 쌍계사와 아자방을 공경하며 모셨습니다. 하동 군민 모두가 그 뜻을 따라 하동은 '불바다(佛海)'를 이루어 '화장세계(華藏世界)'를 재현했다고 합니다.

 

<韓國寺訓史料集 亞字房傳說>

 

[네이버 지식백과] 거만한 태수를 교화한 문수동자 (문화원형백과 불교설화, 2004., 문화원형 디지털콘텐츠)

 

불심으로 변화된 하동의 모습

 

핵심 키워드 및 설명

 

아자방(亞字房) : 지리산 칠불암에 있는 독특한 ''자형 구조의 선방입니다. 효율적인 난방 방식과 참선 공간으로서의 엄격한 규율을 상징하며, 단순히 건물이 아니라 수행의 정신이 깃든 곳임을 나타냅니다.

 

문수동자(文殊童子) : 불교에서 '지혜'를 상징하는 문수보살의 어린 모습입니다. 설화 속에서는 어린 사미승으로 나타나지만, 군수의 어리석음을 깨우치고 불법의 깊이를 드러내는 지혜와 통찰력을 지닌 존재로 그려집니다. 어린 존재를 통해 오히려 어른의 아집을 깨뜨리는 역할을 합니다.

 

하동군수 : 당시 지역을 다스리던 권력자로, 자신의 권위를 내세우고 타인의 전통과 지혜를 무시하는 오만함을 대표합니다. 겉모습만을 보고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세속적인 시각을 상징하는 인물입니다.

 

앙천성숙관(仰天星宿觀), 지하망명관(地下亡命觀), 춘풍양류관(春風楊柳觀), 타파칠통관(打破漆筒觀) : 문수동자가 졸던 스님들의 모습을 재해석한 네 가지 수행법입니다. 이는 겉으로 보이는 현상이 전부가 아니라, 그 안에 깊은 의미와 수행의 과정이 담겨 있음을 보여주는 비유적인 가르침입니다. 특히 '타파칠통관'은 무지하고 고집스러운 태도를 비판하며 깨달음을 촉구하는 직설적인 의미를 내포합니다.

 

 

 

불교설화 내용에서 배울 점, 시사점, 현대인의 삶에 적용할 교훈

 

이 설화는 현대인의 삶에도 매우 깊은 울림과 실질적인 교훈을 전해준다고 생각합니다.

 

본질을 꿰뚫어 보는 지혜의 중요성 : 하동 군수는 선방에서 졸고 있는 스님들의 겉모습만 보고 그들을 무시했습니다. 하지만 문수동자는 그 겉모습 너머에 있는 깊은 수행의 의미를 설명하며 군수의 오만함을 깨우쳐 주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도 우리는 종종 타인의 행동이나 상황을 피상적으로 판단하고 쉽게 단정 짓는 경향이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만으로 사람이나 현상을 평가하기보다는, 그 이면에 담긴 진정한 의미와 맥락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줍니다. 이는 특히 요즘처럼 정보의 홍수 속에서 섣부른 판단이 오해를 낳기 쉬울 때 더욱 중요한 지혜일 것입니다.

 

선입견과 편견의 극복 : 군수는 자신의 권위와 고정관념으로 불교 승려들의 수행을 폄하했습니다. 하지만 문수동자의 지혜로운 설명을 통해 자신의 편견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닫고 변화하게 됩니다. 우리 또한 무의식중에 다양한 선입견과 편견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이 설화는 열린 마음으로 타인의 관점을 경청하고, 자신의 아집을 내려놓을 때 진정한 깨달음과 성장이 찾아올 수 있음을 일깨워 줍니다. 이는 개인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사회의 다양한 갈등을 해결하고 통합하는 데도 필수적인 자세입니다.

 

대화와 소통의 힘 : 문수동자는 군수의 비아냥거림과 도전적인 태도에도 불구하고, 화를 내거나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지혜로운 언어로 군수의 의문을 해소하고, 더 나아가 그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식으로 소통했습니다. 갈등 상황에서 감정적인 대응 대신,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논리로 설득하는 지혜로운 소통 방식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이는 가족, 직장, 사회 등 다양한 관계 속에서 우리가 직면하는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실천적 교훈이 될 것입니다.

 

권위와 지혜의 올바른 사용 : 군수는 자신의 세속적인 권위를 오용하여 타인을 억압하려 했지만, 문수동자는 어떠한 세속적 권위도 없이 오직 지혜로써 군수의 마음을 변화시켰습니다. 이 이야기는 진정한 권위는 강압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깊은 통찰과 포용에서 비롯되며, 이는 결국 존경과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리더의 역할은 단순히 지시하고 통제하는 것을 넘어, 구성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지혜로운 소통과 본질을 꿰뚫어 보는 안목이 중요함을 강조합니다.

 

이처럼 불교 설화는 옛 이야기이지만, 그 안에 담긴 교훈은 시대를 초월하여 오늘날 우리의 삶에도 지침이 되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