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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설화

불교설화 - 며느리의 지혜에서 나온 부연

by 도연스님입니다 2025. 8. 19.

불교설화 - 며느리의 지혜에서 나온 부연

(자연스럽게 수정)

 

주제 : 우지

국가 : 한국

시대 : 신라

지역 : 전라도

참고문헌 : 한국사찰전서

첨부파일 :

679 불교설화 - 며느리의 지혜에서 나온 부연.mp3
2.99MB

 

월출산 노을과 절터



월출산 산마루에 붉은 노을이 물들던 무렵, 드넓은 절터 한가운데 한 노인이 흰 수염을 휘날리며 멍하니 서 있었다. 그는 천천히 서까래를 들여다보다가 이내 자로 재기 시작했다. 어둠이 내리고 석양빛마저 사라진 뒤에도 노인은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이상하구나. 너무 짧아 보이네."

노인은 중얼거리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신라 말기, 국운이 기울 것을 걱정한 왕은 전라남도 영암 월출산 기슭에 99칸의 대찰을 세우라 명령했다. 당시 국법상 왕궁 외 건물은 백 칸을 넘을 수 없었기에, 왕은 아쉬움을 달래고자 대웅전 99칸을 가장 웅장하고 아름답게 지으라 했다. 서까래를 다듬는 일은 팔순이 넘은 목림 사보라는 노인의 몫이었다.

 

건물의 위엄을 살리려면 처마와 지붕의 선이 생동감 있어야 했고, 이를 위해 서까래 하나하나를 정성껏 다듬어야 했다. 평생 나무와 함께 살아온 노인은 이번 공사를 자신의 평생 대작으로 여기며 온 심혈을 기울였다. 젊은 목수의 도움까지 거절하며 작업하던 중, 상량을 며칠 앞두고 다섯백 개의 서까래를 모두 다듬었으나, 하나같이 설계보다 짧게 잘리는 문제가 발생했다.

 

아무리 재어도 이미 짧아진 서까래는 길어지지 않았다. 새로운 목재를 구할 수도 없고, 공사를 제 날짜에 마치지 못하면 왕명을 어긴 죄가 될까 두려웠다. 노인은 절망에 빠져 집으로 돌아와 누워있었고, 끼니를 거르며 사람들과 단절했다. 온 삶이 허무하게 무너져내리는 듯했다.

작업실에서 서까래를 재는 노인(절망)

 

그는 지나온 세월과 지은 수많은 집들을 회상하다, 처음 스승에게 끌을 허락받던 그 순간을 떠올렸다. 가슴에 옛 감회가 일자 다시 일어설 힘이 생겼다. "다시 시작해야지!" 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지만, 곧 손은 힘없이 축 처졌다. 무엇으로 다시 시작할지 막막했다.

 

그때 며느리가 조심스럽게 상을 들고 들어와 그의 곁에 앉았다. "아버님, 저녁 드세요. 약도 드시지 않으셨어요."

노인은 완강하게 괜찮다며 밀어내려 했지만, 며느리는 며칠째 그가 움직이지 않는 모습에 안타까워했다. "제가 시집온 지 열흘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혹시 제게라도 도움이 될까 합니다. 말씀해 주세요." 며느리의 간절한 청에 노인은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며느리는 마당에 나와 처마 아래를 유심히 바라보다가 특이한 광경을 발견했다. 가지런히 놓인 서까래들이 특정 각도에서는 두 줄로 보이는 것이었다. 집 안팎의 불빛이 만들어낸 그림자 때문이었다. 순간 며느리는 해법을 깨달았다.

 

그녀는 즉시 시아버지에게 달려가 말했다. "아버님, 짧게 다듬어진 서까래 위에 다른 서까래를 포개면 더 튼튼하고 웅장하지 않겠습니까?"

노인은 잠시 멍하더니 이내 환한 미소를 지었다. "부연하면 되겠구나. 이 방법이면 지붕이 더 날렵하고 멋질 것이다. 얼른 준비해라."

 

노인은 다시 활력을 되찾아 부연목을 재기 시작했다. 달빛 아래에서 기둥과 도리, 처마를 재는 그의 날렵한 움직임은 마치 춤을 추는 듯했고, 흰 수염이 달빛에 반짝였다. 그렇게 지어진 도갑사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연식 지붕 건물로 이름을 남겼다. '며느리가 도와서 된 서까래'라는 뜻에서 '부연'이라 불렸으며, 지방문화재로 지정되었다가 화재로 소실되었다가 옛 모습 그대로 중창되었다.

 

완성된 도갑사 전경

<韓國寺刹全書>

 

[네이버 지식백과] 며느리의 지혜에서 나온 부연 (문화원형백과 불교설화, 2004., 문화원형 디지털콘텐츠)

 

🔑 핵심 키워드

월출산 / 도갑사 / 부연(附椽)

사보라 노인 / 서까래 / 목수 장인정신

신라 말기 / 99칸 대웅보전 / 국법 제약

며느리의 지혜 / 위기 극복 / 건축사적 의의

최초의 부연식 지붕 / 문화재 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