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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설화

불교설화 - 요령이 좋은 사나이에게 속은 스님

by 도연스님입니다 2025. 8. 13.

불교설화 - 요령이 좋은 사나이에게 속은 스님

(내용을 자연스럽게 수정했습니다)

 

 

주제 : 기이

국가 : 인도

참고문헌 : 생경

 

 

석존께서 사위국의 기원정사에서 많은 비구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시던 때의 일입니다.

 

석화난 스님은 자신의 세력을 늘리는 데 급급하여, 사람의 됨됨이나 과거 행적을 깊이 살피지 않고, 제자가 되겠다고만 하면 누구든 가리지 않고 수염과 머리를 깎아 출가시키고 비구계를 주었습니다.

 

그러자 대중들이 한목소리로 스님께 간언했습니다. "스님, 그렇게 경솔하게 행동하시면 안 됩니다. 누구든지 찾아오기만 하면 세속적인 욕심으로 당신의 세력을 늘리려 하시고, 경력이나 배경도 조사하지 않은 채, 어디서 왔는지 묻지도 않고 겉모습만 보고는 그 자리에서 스님의 계를 주시니, 그러다가 큰 후회할 일이 생기지 않을까요?" 하지만 스님은 대중의 간언을 듣지 않고 여전히 닥치는 대로 제자를 만들었습니다.

그때, 한 흉악한 노름꾼이 있었습니다. 그는 노름에서 모든 것을 잃고 굶주림과 추위에 시달리던 참이었습니다. 그는 석화난 스님 집에 많은 옷과 발우, 그릇 등 재물이 풍족하다는 소문과 함께, 스님이 분별없이 제자를 받아들인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스님을 찾아가기만 하면 과거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제자로 삼아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거짓으로 출가하여 잠시 고통을 면하고자 석화난 스님을 찾아갔습니다.

 

그는 미리 꾸며놓은 대로 걸음걸이나 앉음새를 정숙하게 하고, 스승에 대해서는 공손히 절하며 예의범절에 조금도 소홀함이 없었습니다. 그 때문에 스승은 완전히 그를 신뢰하게 되었고, 그에게 말했습니다. "승려가 되면 편안하고 걱정이 없으나, 애욕이나 게으른 마음이 생기면 깨달음을 얻지 못할 뿐만 아니라 무수한 괴로움을 받게 될 것이다."

 

노름꾼은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여 본색을 드러내며 소리쳤습니다. "애욕을 버려야 한다면 스님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이렇게 말했음에도 스승은 그를 제자로 삼고 싶었습니다. "너는 왜 스님이 되려 하지 않느냐? 스님이 되면 얻는 이득이 많다. 너는 그저 편안히 스님이 되기만 하면 학문과 덕행을 모두 갖추도록 내가 힘써 주마." 그러자 노름꾼은 즉시 대답했습니다. "그렇다면, 부디 저를 제자로 삼아 주십시오."

 

이리하여 그는 수염과 머리를 깎고 비구계를 받아 스승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그 후 그는 공손히 가르침을 받고 명령을 잘 지켜 게으름 피우는 일이 없었으므로, 스승의 신임을 완전히 얻었습니다.

어느 날, 스승은 그를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모든 의복과 일체의 살림살이를 그에게 맡겨 놓고 외출했습니다. 그러자 노름꾼은 이것이 좋은 기회라 생각하여, 모든 재물을 몽땅 털어 가지고 그 집을 도망쳐 나와 자신의 옛 집으로 되돌아갔습니다. 그리고는 옛 친구들과 어울려 먹고 마시며 지냈습니다.

 

새로 온 제자가 없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밖에서 돌아온 스승이 방안을 살펴보니, 모든 것이 도둑맞은 뒤였습니다. 대중들은 스승에게 말했습니다. "저희들이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스님께서 경솔하여 아무나 머리를 깎고 제자로 삼으시니 이런 일을 당하신 것입니다. 그는 처음부터 도둑질을 하러 들어왔던 것입니다. 애초에 스님이 될 생각은 없었던 자입니다. 지금쯤은 아마 자기 집에 돌아가 다른 못된 패거리들과 노름판을 벌이고 술이나 마시고 있을 것입니다. 이제 와서 아무리 소란을 피워도 소용없으니 그만 마음을 비우십시오." 대중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어도 석화난 스님은 대답할 말이 없었습니다.

 

석가모니께서 그때 이 소리를 들으시고, 다음과 같이 두 사람의 전생 인연에 대하여 설명해주셨습니다.

 

과거 왕사성에 한량 한 명이 있었습니다. 그는 매음굴에 드나들며 창녀와 친해짐에 따라 재산을 모조리 그녀를 위해 탕진했습니다. 돈이 떨어지자 창녀는 그를 싫어하여 가까이하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마지막 말은 이랬습니다. "어디에서든지 가서 돈을 벌어 가지고 오십시오. 그때 다시 만납시다."

 

그는 왕사성을 떠나 울단국에 들어왔으나,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 길을 헤매게 되었습니다. 그때 이 나라에 한 장자(큰 부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그 장자를 찾아가 거짓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상인입니다.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어느 나라에서 왔습니다. 그런데 도중에 도둑을 만나 가지고 오던 많은 재물을 모두 빼앗기고 겨우 목숨만 건져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제는 생활마저 곤란하게 되어 장자님을 믿고 찾아왔습니다. 부디 저를 거두어 써 주십시오."

그의 행동거지는 법도에 맞고, 응대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이를 본 장자는 '이 사람은 훌륭한 사람이니 도와주자'고 결심했습니다. 본래 영리하고 말재주가 좋았던 그는 무슨 일에나 요령이 좋았고, 하는 일마다 재치가 있었으며, 게다가 부지런하기까지 했습니다. 행동도 깔끔하고, 말씨도 상냥하여, 칭찬하지 않는 이가 없었습니다. 따라서 장자의 신임은 날로 더하여 그를 형제처럼 사랑했으며, 마침내는 재산의 출납 일체를 위임하기까지 했습니다.

 

그의 목적은 이제 이루어졌습니다. 그는 맡겨진 재산을 남몰래 빼내어 숨겨두다가, 마침내 재산과 귀한 물품을 수레에 가득 싣고 몰래 그 나라를 떠나 왕사성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는 전의 그 창녀의 집에 가서 또다시 환락에 빠졌습니다.

 

갑자기 집에서 그가 보이지 않으므로, 사방으로 찾아보았으나 간 곳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혹시나 하고 곳간을 조사해 보니, 그 많던 재산이 다 없어졌습니다. 다시 먼 곳까지 사람을 보내 그의 간 곳을 찾았으나 전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후에, 들려오는 소문에 그가 왕사성으로 도망쳐 돌아가 창녀와 환락을 누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장자는 그가 상인도 아니오, 어진 이도 아니며, 한낱 노름꾼이었다는 것을 알고는 발을 동동 구르며 분해했지만, 이미 때는 늦어버린 뒤였습니다.

 

이 장자가 바로 지금의 석화난 스님이며, 장자를 속인 사나이는 지금의 노름꾼입니다.

 

성실한 사람은 웬만해서는 그 보답을 받지 못하는데, 불성실한 자는 요령 좋게 행동하므로 곧 윗사람에게 잘 보이게 됩니다. 그러나 그 속임수는 결국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일단 신임을 얻은 윗사람은 웬만해서는 그를 의심하지 않고, 오히려 그 사나이의 불성실함을 알리는 사람을 멀리하기 일쑤입니다. 이 이야기는 달변가이고 요령 좋은 사람을 경계하라는 분명한 교훈을 주는 것입니다.

<生經 第一>

 

[네이버 지식백과] 요령이 좋은 사나이에게 속은 스님 (문화원형백과 불교설화, 2004., 문화원형 디지털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