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설화 - 붉은 노을에 빛을 본 돌대가리
(자연스럽게 수정)
• 주제 : 우지
• 국가 : 한국
• 참고문헌 : 속편영험설화
• 첨부파일 :

노방거사와 같은 시기에, 같은 곳에서 깨달음을 찾고자 발심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단하 천연(丹霞天然) 스님입니다.
단하 천연은 처음에 노방거사와 함께 관리 시험을 치르러 가던 중이었습니다. 서울로 향하는 길에 형주(荊州)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고, 그곳에서 우연히 한 객승을 만나게 됩니다. 차 한 잔을 나누다가 객승이 물었습니다.
"어디로 무엇하러 가시나요?" "과거 시험을 보러 가는 길입니다." 객승은 시험이 헛된 수고일 뿐이라며, "부처를 찾는 일(선불, 選佛)은 생각해보지 않으셨습니까?" "부처님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습니까?" 객승은 그저 차 한 잔을 들어 올릴 뿐이었습니다. "알겠습니까?" "깊은 뜻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강서(江西)의 마대사(馬大師)를 찾아가 보십시오. 그곳에는 도에 통달한 분들이 많이 모여 있습니다."
두 사람은 전생의 인연인 듯, 이 말을 듣고 장안(長安)으로 가려던 계획을 접고 강서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마조 스님이 물었습니다. "너희는 무엇 하러 왔느냐?" 단하가 그저 두건을 밀어 올리자, 마조 스님은 그 뜻을 곧바로 알아차렸습니다. "너희는 석두(石頭) 스님의 문하에 들어가거라. 이곳 남악에서 3백 리를 가면 천장로(遷長老) 스님이 계신다. 그곳에서 출가하도록 하여라."

단하는 즉시 출발했습니다. 석두 스님이 물었습니다. "어디서 왔느냐?" "마조 스님께서 오라고 하셨습니다." "무엇 하러 왔느냐?" 단하는 앞서와 같이 그저 모자를 밀쳤습니다. 석두 스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요사채에서 기다리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2년 동안 잡역에 종사하며 지내던 어느 날, 석두 스님이 나타나 말씀하셨습니다. "내일 아침에는 불전(佛殿) 앞에 한 줌의 잡초를 제거하리라." 제자들은 이튿날 아침, 삽과 괭이, 호미 등을 들고 불전 앞으로 모였습니다. 그런데 오직 단하만이 물통을 들고 노사 스님 앞에 나아가 무릎을 꿇고 발을 씻겨 드렸습니다. 그때 스님은 미리 준비하신 삭도(削刀)로 그의 머리를 깎아주셨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삭발 도중 그의 머리에서 밤톨만 한 검은 것이 툭 튀어나왔습니다. 스님은 이를 어루만지시며 '천연(天然)이로구나!' 하고 말씀하셨고, 단하는 비로소 '천연'이라는 법명(法名)을 받게 됩니다. 삭발이 끝나자 단하는 출가와 법명을 받은 예(禮)를 행했습니다.
석두 스님은 단하를 꾸짖으며 물었습니다. "내가 너에게 무슨 이름을 지어주었다고 하느냐?" "천연이라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석두 스님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다시 무어라 말씀하시려 하자, 천연 스님은 두말 않고 두 손으로 귀를 막으며 '귀찮습니다!'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갑자기 천연 스님은 선방(禪房) 안에 모셔진 문수보살상 앞으로 다가갔습니다. 그러고는 갑자기 문수보살상 목 위로 불쑥 올라타는 것이었습니다. 석두 스님이 깜짝 놀라 '이놈아, 부처님을 깨뜨리겠구나!' 하고 외치셨지만, 단하 스님은 개의치 않았습니다. 이로 인해 훗날 단하 스님이 나무 불상을 태워 불을 쬐는 기이한 일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 법이지요. 진흙으로 만든 불상은 이미 불타 사라졌어도, 단하 스님의 도행은 푸른 하늘에 무지개처럼 영롱하게 빛났던 것입니다.

하지만 단하 스님처럼 행할 수 있다고 자만하며 섣불리 흉내 내는 것은 금물입니다. 이는 마치 진흙 덩이를 쫓는 어리석은 강아지와 같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단하 스님은 그때부터 손바닥에 구슬 하나를 굴리며 삼계(三界)를 유희하듯 살았습니다.
옷깃에 숨어 있던
진주를 발견하고
무명(無明)의 일순간(一瞬間)에
긴긴 잠에서 깨어났네.
무수한 뼈 마디
사방으로 흩어지면
거기에 무엇인가 영원한 신비 드리우네
형태 있는 건 모두 내 아닌데
진주를 찾고 보아도 모양이 없네.
깨달으면 그대로 삼신(三身) 불타(佛陀)
미혹하면, 만권의 경에 허덕이네.
마음이라 할지라도
마음을 어찌 헤아리리
귀라 할지라도
귀에서는 그 음색을 분별할 수 없네.
훗날 사람들은 이 시를 단하의 원주음(圓珠吟)이라 불렀습니다.

<傳燈錄>
[네이버 지식백과] 붉은 노을에 빛을 본 돌대가리 (문화원형백과 불교설화, 2004., 문화원형 디지털콘텐츠)
핵심 키워드
이 설화는 선종(禪宗)의 파격적인 수행과 깨달음의 본질을 잘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표면적인 형식과 관념을 넘어선 진정한 깨달음이 무엇인지를 다양한 상징과 행동을 통해 전달하고 있습니다.
단하 천연 (丹霞天然) : 이 설화의 주인공이자, 관직을 버리고 불도(佛道)에 입문하여 파격적인 방식으로 깨달음을 얻고 대선사(大禪師)가 된 인물입니다. 그의 행보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집니다.
객승의 '선불(選佛)' 권유 : 관리가 되기 위해 과거를 보러 가던 단하에게 객승이 "헛수고가 많으니 어찌 선불(부처를 가려내는 일, 즉 깨달음)을 생각하지 않는가?"라고 물으며 그의 인생 방향을 송두리째 바꾼 결정적인 계기입니다. 세속적인 명예 대신 영적인 추구를 권유하는 가르침을 의미합니다.
마조(馬祖)와 석두(石頭) 스님 : 단하 천연을 불도에 입문하게 하고 그의 깨달음의 길을 안내한 당대 선종의 위대한 스승들입니다. 마조 스님은 '두건을 밀어 올리는' 단하의 행동에서 그의 본성을 꿰뚫어 보았고, 석두 스님은 단하의 파격적인 행동들을 통해 진정한 깨달음의 의미를 보여주는 배경이 됩니다.
세발(洗畿)과 법명 '천연(天然)' : 석두 스님이 잡초 제거를 명하자, 단하는 삽 대신 물통을 들고 스님의 발을 씻겨 드립니다. 이는 형식적인 지시를 넘어 스승에 대한 깊은 공경과 본질적인 수행의 의미를 깨달은 단하의 행동입니다. 이때 그의 머리에서 밤톨만 한 검은 것이 튀어나오고 '천연'이라는 법명을 얻는 기이한 일이 일어나는데, 이는 그의 타고난 본성(天然)과 남다른 깨달음의 소질을 상징합니다.
문수보살상과 파격 : 단하 스님이 문수보살상 목 위로 올라타는 행위는 불법(佛法)과 깨달음에 있어 형식과 우상 숭배를 초월하여 본질에 다가가려는 그의 파격적인 태도를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는 고정된 관념을 깨고 진리를 찾아야 함을 강조하는 선종의 특징을 나타냅니다.
나무 불상 소각 (단하 소상) : 추운 겨울, 단하 스님이 나무 불상을 태워 불을 쬐었다는 이야기는 이 설화의 백미이자, 단하 스님의 가장 상징적인 일화로 꼽힙니다. 이는 형식적인 불상 자체보다 '깨달음의 본질'이 더 중요함을 역설하고, '부처는 형상이 아닌 마음에 있다'는 선종의 핵심 사상을 파격적으로 드러내는 행동입니다.
원주음(圓珠吟) : 설화 말미에 나오는 단하 스님의 시로, "옷깃에 숨어 있던 진주를 발견하고 무명(無明)의 일순간에 긴긴 잠에서 깨어났네"와 같이 깨달음의 경지를 노래합니다. '원주(圓珠)'는 완전하고 원만한 진리, 곧 본성을 비유하며, 스님의 깨달음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무명(無明)의 타파 : 불교에서 '무명'은 진리에 대한 어리석음이나 무지를 뜻합니다. '옷깃에 숨은 진주를 발견하는 것'은 이러한 무명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아와 진리를 깨닫는 과정을 비유합니다.
삼계(三界) 유희 : '단하는 그때부터 손바닥에 구슬 하나를 굴리며 3계에 유희한다'는 구절은 깨달음을 얻은 선사가 생사(生死)와 번뇌에 얽매이지 않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 자유자재로 살아가는 경지를 표현합니다. '삼계'는 중생이 윤회하는 세상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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