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설화 - 극성의 원귀들
(내용을 자연스럽게 수정했습니다)
• 주제 : 기이
• 국가 : 한국
• 시대 : 고려
• 참고문헌 : 한국의 귀신
• 첨부파일 :

극성(棘城)은 고려 시대에 잦은 전투가 벌어졌던 곳으로, 들판에는 백골이 무수히 흩어져 있었다. 그렇게 목숨을 잃은 이들은 원한을 품은 채 떠나지 못하고 원귀가 되어 떠돌았다.
이 원귀들은 오랜 세월 동안 위로받지 못한 채 방황하였고, 비가 내리거나 날씨가 흐린 날이면 이들이 모여 음산한 기운인 ‘여기(勵氣)’를 형성하였다. 이러한 기운은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기도 하여, 그 지역인 황해도 일대에서는 요절하는 이가 많았다.
이에 고려조에서는 매년 봄과 가을, 향축(香祝)을 내려 극성 제단에서 제사를 지내도록 하였고, 조선 시대에도 이 풍습은 계속되었다.
다음은 이 원귀들에 대한 이치를 풀어낸 글이다.
“세상에는 순수한 양(陽)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음(陰)도 있으며, 모든 것은 오래 살아남지 못하고 언젠가는 죽음을 맞는다. 오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가는 것이 있고, 신(神)이 있으면 반드시 귀(鬼)도 있는 것이다. 이것은 물질에 기대어 존재하는 것이므로 여기(勵氣)라 하여도 그 기운에 주인 없는 법은 없다.
정(精)이 없는 것은 단순한 음양일 뿐이나, 정이 깃든 것은 곧 귀신이 된다. 정이 없는 존재는 말할 수 없지만, 정이 있는 존재는 이치를 통해 교화할 수 있다.
내가 생각하건대 물과 불은 사람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만, 때로는 사람을 죽이기도 하며, 귀신은 사람을 도울 수도 있지만 해치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을 죽이는 것은 물과 불이 아니라, 그것을 잘못 다룬 사람의 허물이며, 사람을 해치는 것도 귀신이 아니라 결국 사람의 잘못 때문이다.
춥고 더운 날씨, 비가 오고 맑아짐, 그리고 오미(五味)의 음식 또한 천지가 인간을 살게 하려는 조화이나, 사람이 그 조화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병의 근원이 된다.
귀신의 덕이 지극하면 그 이치는 천지와 하나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지금 일어나는 여기(勵氣)는 귀신의 장난이 아니라, 결국 사람이 스스로 지은 재앙인 것이다.
그러나 한 사람이 저지른 허물로 인해 전염병이 널리 퍼지고, 오랫동안 그치지 않아서 무고한 백성이 피해를 입고 생명을 잃는 일이 얼마나 많던가. 이것이 어찌 귀신만의 탓이라 하겠는가. 마치 옥과 돌이 함께 불타는 것처럼, 죄 없는 자까지 화를 입게 된다.
내가 비록 덕이 부족한 몸이지만, 한 나라의 신과 백성의 주인이 되어 하루 한 순간도 편히 지내지 못함을 염려하고, 더욱이 우리 백성들이 이 재앙에 휘말리는 것을 어찌 그대로 지켜볼 수 있겠는가.
이에 유사(有司)들에게 명하여 각 지방에서 정결한 터를 골라 단을 세우고, 조정 신하들을 나누어 보내어 고기, 술, 밥, 국을 마련해 제사를 드리게 하였노라. 다시 정중히 타일러 너희 귀신들에게 이르노니,
‘너희는 이제 선을 이어 선으로 나아가고, 분노와 원한의 기운을 거두어 살아 있는 이들에게 복을 베풀지어다.’”
<한국의 귀신>
[네이버 지식백과] 극성의 원귀들 (문화원형백과 불교설화, 2004., 문화원형 디지털콘텐츠)
'불교설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불교설화 - 김종직의 꿈에 나타난 초왕귀 (6) | 2025.08.03 |
|---|---|
| 불교설화 - 귀신 점쟁이에게 망신당한 귀부인 (9) | 2025.08.02 |
| 불교설화 - 창손의 집에 나타난 대낮의 요괴 (4) | 2025.07.31 |
| 불교설화 - 안부윤이 본 도깨비불 (2) | 2025.07.30 |
| 불교설화 - 귀신의 아이를 밴 노비 (5) | 2025.07.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