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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설화

불교설화 - 호랑이를 사랑하고 호원사를 지은 김현

by 도연스님입니다 2025. 8. 8.

불교설화 - 호랑이를 사랑하고 호원사를 지은 김현

(내용을 자연스럽게 수정했습니다)

주제 : 기이

국가 : 한국

시대 : 신라

지역 : 경상도

참고문헌 : 삼국유사

첨부파일 :

668 불교설화 - 호랑이를 사랑하고 호원사를 지은 김현2.mp3
3.97MB

 

신라 풍속에는 해마다 2월이 되면, 8일부터 15일까지 서울의 남녀들이 흥륜사의 전탑(殿塔)을 다투어 돌며 복을 비는 행사를 가졌다.

 

원성왕 때, 낭군 김현(金現)은 밤이 깊도록 홀로 탑을 돌며 염불을 쉬지 않았다. 그때 한 처녀가 또한 염불을 하며 함께 탑을 돌았고, 서로의 마음이 움직여 눈길을 주고받게 되었다.

 

탑돌이를 마친 뒤, 김현은 처녀를 구석진 곳으로 이끌어 관계를 가졌다. 처녀가 돌아가려 하자 김현이 따라나섰고, 처녀는 사양하며 거절했으나 김현은 기어이 따라갔다.

이윽고 서산 기슭의 한 초가에 이르러 들어가니, 늙은 할미가 처녀에게 물었다. 처녀는 있는 그대로 사실을 말했고, 늙은 할미는 이렇게 말했다. “좋은 인연이라 할 수는 있으나, 하지 않은 것만 못할 수도 있다. 이미 저지른 일이니 어찌 탓하겠느냐. 허나 네 형제들이 그를 해칠까 두렵구나. 구석진 곳에 그를 숨겨두어라.”

 

처녀는 김현을 데리고 가 구석에 숨겼다.

 

잠시 뒤, 세 마리의 범이 으르렁거리며 나타나 사람의 말처럼 말했다. “집 안에서 사람 고기 냄새가 나는구나! 오늘은 운 좋은 날인가 보다!”

그러자 늙은 할미와 처녀가 꾸짖으며 말했다.“그건 너희 코가 잘못된 것이지, 무슨 망령된 소리냐!”

 

그때 하늘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너희는 생명을 함부로 해쳐왔다. 이제 한 마리를 죽여서 그 악을 경계할 것이다.”

세 마리 범은 그 소리를 듣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처녀가 말하였다. “세 분 오라버니께서 멀리 피하시고, 제가 대신 벌을 받겠습니다.”

세 범은 기뻐하며 고개를 숙이고 꼬리를 흔들며 사라져버렸다.

 

그 후 처녀는 김현에게 진심을 고백했다. “처음엔 낭군께서 우리 집에 따라오신 것이 부끄러워 일부러 거절했으나, 이제는 진심을 감추지 않겠습니다. 비록 같은 유()는 아니지만, 하룻밤을 함께한 인연이니 이미 부부의 의를 맺은 것입니다. 이제 제 오라버니들의 악행을 하늘이 미워하니, 그 재앙은 제가 대신 짊어지려 합니다. 평범한 사람의 손에 죽는 것보다는, 낭군의 칼날 아래 죽는 것이 더 큰 은혜라 여깁니다.

 

제가 내일 호랑이 모습으로 시내로 들어가 사람을 해치면, 나라에서는 저를 잡기 위해 높은 벼슬을 내걸 것입니다. 그때 낭군께서는 겁내지 마시고 저를 따라 북쪽 숲까지 오십시오. 그곳에서 제가 기다리겠습니다.”

 

김현은 대답했다.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는 인륜의 도리이지만, 사람과 짐승의 관계는 떳떳한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미 깊은 인연을 맺었으니, 이것은 하늘이 내린 다행이라 여기겠습니다. 그러나 차마 낭군의 벼슬을 얻기 위해 당신을 죽일 수는 없습니다.”

 

그러자 처녀는 덧붙였다. “낭군, 부디 그런 말씀은 마십시오. 저의 죽음은 하늘의 뜻이며, 저의 소원이기도 합니다. 낭군께는 큰 경사이며, 저희 집안에도 복이고, 나라 사람들에게도 이로운 일입니다. 제가 죽음으로써 다섯 가지 이로움을 얻게 되니, 그 뜻을 거스를 수 없습니다. 다만 저를 위해 절을 지어 불경을 강설하고 좋은 과보를 받도록 해주신다면, 그 은혜는 더할 나위 없을 것입니다.”

 

마침내 두 사람은 눈물 속에 작별했다.

다음 날, 성 안에 사나운 범이 들어와 사람들을 심하게 해쳤다. 누구도 범을 막을 수 없었다.

 

이 소식을 들은 원성왕은 명을 내렸다. “이 범을 잡는 자에게는 이등 벼슬을 주겠다.”

김현이 나아가 아뢰었다. “신이 그 일을 하겠습니다.”

이에 왕은 먼저 벼슬을 내려 격려하였다.

 

김현은 칼을 들고 북쪽 숲으로 들어갔고, 그곳에서 범으로 변한 낭자를 만났다.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낭군, 어젯밤의 인연을 잊지 마세요. 오늘 제 발톱에 다친 사람들은 흥륜사의 장(절터 흙)을 상처에 바르고, 그 절의 나팔 소리를 들으면 나을 것입니다.”

그러고는 김현의 칼을 뽑아 스스로 목을 찔러 쓰러졌고, 그 모습은 다시 범으로 변했다.

 

김현은 성으로 돌아와 말했다. “범을 쉽게 잡았습니다.”

그러나 그 내막은 말하지 않았고, 그녀가 전한 방법대로 상처를 치료하니 모두 나았다. 이 방법은 지금까지도 전해지고 있다.

김현은 벼슬에 오른 뒤, 서천가에 절을 지어 호원사(虎願寺)’라 이름 지었다. 항상 법망경(梵綱經)을 강설하며 법의 길을 인도하고, 범이 스스로 죽어 그에게 복을 준 은혜를 보답하였다.

 

김현은 생을 마감할 즈음, 이 일을 회상하며 깊이 감동하여 그 사연을 글로 남겼다. 그 전기는 세상에 전해져 논호림(論虎林)’이라 이름 붙여졌으며,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三國遺事 感通第七>

 

[네이버 지식백과] 호랑이를 사랑하고 호원사를 지은 김현 (문화원형백과 불교설화, 2004., 문화원형 디지털콘텐츠)